서강빌라 조합원에게 배포된 총회책자

[서울/김종돈 기자]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90-6번지에 위치한 서강빌라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이 오는 3월 1일 설계업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시공사를 뽑는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홍제동 서강빌라는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에서 도보로 불과 2분 거리에 위치한 총 66세대의 초역세권 연립 단지다. 대지면적 3,500㎡ 부지에 추진되는 이 소규모 재건축정비사업은 지난 2019년 11월 20일 서울시 서대문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득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2022년 2월 현재 이 구역의 조합원 수는 총 64명이다.

그러나 과반수 참석 부족으로 2021년 2월의 시공사 선정총회가 무산되고, 조합이 9월 정기총회에서 기존 협력업체들과의 계약을 모두 해지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이 정체되었다. 그리고 2021년 11월 20일을 기준으로 조합설립인가 이후 2년이 지났다.
<빈집 빛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조합이 설립된 지 2년 내에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지 못할 경우 매매나 증여를 해도 재건축 조합원 자격이 승계되기 때문에 서강빌라 조합원들은 작년 11월 20일 이후로 자유롭게 매매나 증여를 통해 조합원 자격을 양도할 수 있게 되었다.

- 2020년 입찰제안서 재활용해도 되나

2020년 10월에 입찰했던 3개사의 제안서를 2022년 3월의 시공사 선정 자료로 그대로 제시하며 조합원들의 선택을 애타게 기다리는 조합에 비해서, 조합원들은 2020년도의 입찰제안서에도 이미 실망했지만 똑같은 입찰제안서를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재탕하는 게 말이 되냐며 조합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가 정한 시공사 선정기준에 따르면, 조합원 과반 참석이 안 되어 성원 부족으로 시공사 선정총회가 무산된 경우 동일한 입찰제안서로 차제에 다시 시공사 선정총회에 부의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이번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선택을 구하는 3개 건설사의 입찰조건에서 공사비는 서울 시내 정비사업지들에 비해 상당히 높으면서도 수도권이나 지방에서의 입찰조건보다 턱없이 부실하다는 데 있다.

우선, 서해종합건설은 인천 연수구 옥련동 일대에 공급하는 'KTX송도역 서해그랑블 더 파크(348가구)'에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시한 바 있다. 서강빌라 재건축조합에는 공사비 평당 599만원에 계약금 20%, 중도금 60%, 잔금 20%와 기성불을 제시했다. 아울러 분양책임은 지지 않기로 했다.
일신건영은 평택 화양지구에 선보인 ‘평택 화양 휴먼빌 퍼스트시티’는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60% 무이자 혜택을 내걸었다. 서강빌라 재건축조합에는 공사비 평당 559만원에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와 기성불을 제시했다.
동문건설은 부천 원종동 장미아파트 소규모재건축사업 입찰에 준공 전 100% 분양을 제시했다. 서강빌라 재건축조합에는 공사비 평당 539만원에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와 기성불을 제시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도급순위(시공능력평가액 순위)가 서해종합건설 2020년 58위(2021년 76위), 일신건영 2020년 98위(2021년 170위), 동문건설 2020년 78위(2021년 87위)로 3개사 모두 건설사업 경험이 많지 않아 도급순위가 크게 하락했고 신용도가 낮아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사업비 및 이주비 이자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신규 정비사업지에서 수주하는 건설사들은 높은 신용도에 따라 대부분 계약금과 중도금 없이 잔금으로 100%을 납부하도록 조합원들에게 배려하고 있다. 이러한 조합원 부담금 납부방식을 일명 0-0-100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3개사 모두 물가상승과 지질변동에 따른 공사비를 올릴 수 있도록 제안했고, 이주비나 이사비 제안이 전혀 없다. 무상 특화 항목이 전체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에서 통상적으로 조합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TV와 냉장고가 서강빌라 재건축 입찰제안서에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서강빌라가 위치한 무악재역 3번 출구 일대는 모두 암반지형이기 때문에 공사비 상승 요인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3개사 모두 일반토사를 지질여건으로 정해두고 공사비를 산정하였다.
정비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3개사의 입찰 제안 사항을 모두 종합해보면, 평택, 인천, 부천의 사업지에서 제시한 조건들에 비해서도 상당히 부실한 면이 있다고 한다.

- 조합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설계도

이번에 선정하게 될 설계업체 3개 사의 제안서를 보면, 저층 3층에서 고층 18층까지 다양한 층수로 이루어진 가운데 대부분의 세대가 40제곱미터부터 59제곱미터 이하로 구성되어 갈수록 중대형 평수를 선호하는 시장의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성이 턱없이 낮다는 업계의 분석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강빌라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이번에 전자투표도 도입해서 시공사를 반드시 선정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조합 임원들의 3년 임기가 오는 11월 20일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 조합원들이 바라는 개발사업은 언제쯤?

조합원들은 순위권 밖의 업체들이 부실한 사업조건을 제시한 것은 기존 부지 면적으로는 사업성이 없다는 증거라며 빠른 시일 내에 조합을 해산하고 인근 건물주들과 더 넓은 부지를 확보하여 고밀도 역세권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가을에 출범한 무악재역세권 고밀도재개발 추진위원회(가칭) 최봉석 위원장은 ‘사업성이 없는 재건축을 밀어붙이는 조합 집행부가 제일 문제다. 조합원들 모두의 소중한 재산이 걸린 문제이므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조합원들 각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강빌라 주변 건물주들과의 연대와 협조를 통해서 앞으로 더 넓은 부지와 더 높은 용적률을 확보하여 토지 등 소유자들이 만족할 만한 개발사업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서울/김종돈 기자 kimjd2020@naver.com 서울/김종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