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與 원내대표서 정책위의장 선회 이유?

정치
박대출, 與 원내대표서 정책위의장 선회 이유?
  • 입력 : 2023. 03.25(토) 11:28
  • 강민재기자
▲박대출 기재위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07.
[강민재기자] 박대출 의원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임명되면서 원내대표 경선 구도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당초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은 김학용(경기 안성, 4선)·박대출(경남 진주시갑, 3선)·윤재옥(대구 달서을, 3선) 의원 3파전으로 예상됐지만 박 의원의 결단으로 김·윤 양강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박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여의도에선 박 의원의 결단에 궁금증을 갖는 목소리도 흘러나옵니다. 박 의원이 작년 연말부터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해 온 매우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기자 출신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은 당내 흔치 않은 전투력 있는 인사로 꼽힙니다. 지난 2019년 20대 국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반발하며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수행부단장을 지내는 등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됐던 박 의원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유세본부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정권마다 주류 세력에 속했던 박 의원은 의원들과의 친화력이 좋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할 당시 친윤(친윤석열) 핵심 인사가 물밑에서 돕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기도 했습니다.
의원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되는 원내대표 선거는 유권자가 곧 동료 의원들입니다. 경쟁 후보들과 비교해도 동료들의 인기투표에서 밀리지 않던 박 의원에게 걸림돌로 작용한 건 '지역 구도'였습니다.
고향인 경남 진주갑에서 내리 3선을 지낸 박 의원은 울산 출신인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서 '영남 지도부' 프레임에 직면했습니다. 지도부 투톱이 모두 영남권이 돼 버리면 지역 안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이번 지도부는 총선을 이끄는 막중한 임무가 있는 만큼 수도권과 비영남권 의원들의 원성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당 수도권 의원들은 "당 대표가 영남이면 원내대표는 비영남권이 공식"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한 의원은 "지도부가 다 영남 사투리 쓰면서 수도권을 돌면 그게 선거가 되겠냐"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전체 의석의 40%에 해당하는 수도권 선거에서 이기려면 수도권 인사가 지도부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윤 의원 또한 영남권인 대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지만 박 의원과는 결이 조금 다른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은 영남권 내에서도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간 안배를 중시 여기는데, 당 대표 선거를 거치면서 TK 의원들이 서운함을 토로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위원 선거 당시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시청도군)이 TK 현역 의원을 대표해 출마했지만 컷오프 되고, 원외인 김재원 전 의원(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만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섭섭하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리는 겁니다.
그러자 여권 내에선 김기현 대표가 유력 원대 후보로 부상한 박 의원을 만나 '지역 안배를 고려한 불출마'를 설득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박 의원 측은 "선수가 맞지 않다"며 정책위의장설을 에둘러 일축하고 원대 출마에 강경한 뜻을 내보였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친윤 핵심 의원이 박 의원을 만나 설득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7일과 20일에도 박 의원이 당대표실을 찾아 장시간 김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는 소문이 퍼지고 결국 22일 박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게 됩니다. 정책위의장 인선은 바로 다음날 이뤄졌는데 박 의원이 그만큼 고심을 길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마설이 나오던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3선)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고 박 의원도 정책위의장으로 선회하면서 원내대표 경선은 이렇게 김학용·윤재옥의 2파전으로 굳혀지게 됐습니다. 당내에선 "박 의원이 큰 결단을 내려줬다" "당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박 의원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거란 뒷말도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 복심인 검사 출신 인사가 진주에 출마할 거란 소문이 돌면서 공천이 불안한 박 의원이 대의를 위한 선택을 했다는 호사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박 의원은 원내대표의 꿈을 접었을까요? 정책위의장 임기를 무사히 마친 뒤 4선으로 원내 입성해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원대 경선에서 박 의원 설득에 나선 인사들이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 타이틀을 걸어주겠단 약속을 하진 않았을까 재밌는 추측을 해봅니다.



강민재기자 iry327@sudo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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