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고명현 기자] ‘겨울’이라는 ‘대나무 마디’ 위에서 맞는 동두천의 2024년.
하지만, 희망은 절망을 딛고 일어나며 빛은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것.

진짜로 전쟁이 나서 이 나라가 피바다가 되어야 하는가?
그제야 동두천의 소중함을 대한민국은 깨달을 건가?

약무동두천 시무국가(若無東豆川 是無國家)!
동두천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미군 기지 반환 약속은 10년째 감감무소식
작은 도시 동두천과의 약속도 못 지키는 국방부, 대한민국은 어떻게 지킬 건가?


■ 2024년 새해가 열렸습니다. 먼저, 동두천시의회를 대표하여 시민들에게 새해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두천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 한해, 건강과 행복, 성취와 기쁨, 그 모든 좋은 것들이 늘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2024년을 맞는 동두천은 지금, ‘겨울’이라는 ‘대나무 마디’ 위에 서 있습니다. 우리 동두천, 정말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70년 안보 희생에 대한 정부의 외면 속에서, 시민 여러분은 고물가·고금리·경기침체로 시름하고 계십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동두천은 할 수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라는 이 겨울을 더욱 힘찬 도약과 전진의 계기로, 하늘 높이 뻗어나갈 대나무의 마디로, 우리는 반드시 만들어 낼 것입니다.

2024년, 동두천시의회가 그 도약과 전진이 시작되는 대나무 마디가 되겠습니다. 발전과 번영의 미래를 창조할 희망과 저력! 그 든든한 뿌리로서 동두천 혁신의 등불을 켜고 앞장서는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라고 합니다. 오늘보다 더 밝은 내일은, 고개 들어 희망의 눈을 뜨는 이에게 다가옵니다. 우리 모두 더 힘찬 전진을 함께 약속하며,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힘을 모읍시다.


■ 바로 그 ‘대나무 마디’를 2024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요?

대나무가 곧게 뻗어 하늘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중간마다 마디가 있어서입니다. 속이 텅 빈 대나무는 바로 그 마디의 힘으로 대자연의 무게를 버티며 똑바로 올라갑니다. 마디는, 그저 성장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시 출발하기 위해 숨을 고르며 힘을 모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동두천의 발전도 대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새해라지만 어제와 다른 건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을 구분하여 대나무의 한 마디처럼 새해 시작을 선언하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성찰하면서 앞날을 향한 힘찬 출발을 새롭게 다짐하기 위함입니다.

한 해의 시작인 1월이 겨울이란 사실도 대나무 마디와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만물이 얼어붙어 멈추는 겨울 안에서도 새봄을 향한 생명의 활기는 꿈틀거립니다. 1월이 겨울인 것처럼, 어쩌면 모든 시작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 얼어붙은 땅속에는 새싹을 품은 씨앗이 숨어있습니다. 그렇게 희망은 절망을 딛고 일어나며, 빛은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것입니다.

우리 앞에 던져진 시련을 견디고 극복하는 것은 우리의 숙명입니다. 그리고, 춥고 어두운 겨울을 이겨내고 굳세게 일어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찬란하고 따뜻한 봄날 햇살을 감격으로 맞이할 것입니다.


■ 그렇지 않아도 동두천은 상황이 어려운데, 시민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기는 소식이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미군 공여지 반환 무산에 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지난달 20일, 인천 부평 캠프 마켓 등 5개 미군 기지가 반환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동두천은 제외되었습니다.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도 이젠 지칩니다. 대한민국을 지켜온 동두천이 죽어갑니다. 하지만 정부가 동두천에 주고 있는 건, ‘방관과 무관심, 외면과 무시’ 그뿐입니다.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확립은 동두천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 국토 중 어딘가는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되어야만 했고, 단지 군사상 지리적으로 적합하다는 이유로 동두천이 군사 요새 역할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70여 년 동안, 동두천 지역경제는 미군 대상 서비스업 외에는 기댈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시 땅덩어리 절반을 미군에게 내어주는 상황에서 자생적인 경제발전의 기회는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공여지는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데 지역경제를 간신히 버티고 있던 미군들은 죄다 평택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남은 건 폐업과 불황, 낙후의 상처와 기지촌의 오명뿐입니다. 지역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인구는 급속히 줄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동두천은 죽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똑똑히 알아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동두천이 죽으면 대한민국도 무너집니다. 비유도 과장도 아닙니다. 동두천 없이는 대한민국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 사실을 분명히 직시해야 합니다. 대들보가 무너지면 건물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 작년 11월 10일에 동두천시의회가 다시 발표한 「동두천 특별지원 촉구 성명서」의 표현 수위가 다소 과격했다는 평가입니다. 정부에 대한 발언 수위가 ‘요청과 촉구’에서 ‘분노와 경고’로 높아졌는데 그 이유와 배경을 설명 바랍니다.

작년 9월 25일 자 조선일보 기사를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일시에 최전방 북한 장사정포 부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동두천의 미군 다련장 로켓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무력 도발을 막는다. 주둔 그 자체만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2015년 북한 목함 지뢰 사태 당시, 동두천 주둔 미군 화력 부대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 북한은 갑자기 포격을 멈추고 대화를 제안했다.”

긴 설명 필요 없습니다. 동두천이라는 세 글자,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안보입니다. 동두천은 대한민국이 살아 숨 쉬게 하는 ‘공기’입니다. 그래서 우리 의회는 성명서에서 말했습니다. 약무동두천 시무국가(若無東豆川 是無國家)! 동두천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이걸 정부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방관과 무관심, 외면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미 동두천시민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습니다. 분노 게이지의 바늘은 더 올라갈 곳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 경고합니다. 동두천이 만만합니까? 동두천 없이 대한민국이 무사할 것 같습니까? 나라 지키다 죽어가는 동두천 이대로 둘 겁니까? 정말로 이 나라가 피바다가 되어야, 진짜로 전쟁이 나야지만 그제야 동두천의 소중함을 인정할 겁니까?

동두천이 무슨 집 지키는 사냥개입니까? 막말로, 집 지키는 사냥개한테도 이러면 안 되는 겁니다. 미군 기지 완전 반환을 정부가 약속한 지가 10년입니다. 그 약속 아직도 안 지키고 있습니다. 국방부에 묻습니다. 조그만 도시 동두천과의 약속도 못 지키면서, 대한민국은 무슨 수로 지킬 겁니까?


■ 이런 가운데 동두천시의회 의장으로서 얼마 전 큰 성과를 이뤄내셨습니다. 작년 11월,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에서 「동두천시 특별지원 촉구 결의문」이 채택되어 발표되었는데, 그 경과와 의의를 소개하신다면?

동두천시의회 의장으로서 제가 제안한 「동두천시 특별지원 촉구 결의안」은 앞서 작년 9월 18일에 ‘경기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발표되었습니다. 이후 11월 14일에 열린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에서 같은 결의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결의문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국가안보를 위한 동두천시의 특별한 희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당연한 보상으로 「동두천 지원 특별법」을 제정할 것 ▲대한민국 정부가 동두천 내 모든 미반환 공여지의 반환 일정을 확정하고 약속한 날까지 반드시 반환할 것이며, 그에 수반될 환경 치유 비용과 반환 공여지 개발비용 전부를 책임질 것 ▲대한민국 정부가 「산업입지법」 제28조에 따라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개발비용을 즉각 지원하고, 동두천 국가산단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결의문은 대통령비서실과 국무총리실, 국회와 행정안전부, 국방부와 국토교통부에 정식으로 보내졌습니다.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는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장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근간을 형성하는 226개 세포 모두가 한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결의문 채택과 발표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신 김기정 경기도기초의회의장협의회장님과 최봉환 전국기초의회의장협의회장님을 비롯한 대한민국 모든 기초의회 의장님께 동두천시민을 대표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최근 열린 동두천·양주·연천 3개 시·군의회 ‘신천 색도 개선 촉구 대정부 합동 결의대회’를 김승호 의장님이 직접 주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배경과 의의는 무엇입니까?

지난달 21일, 동두천·양주·연천 3개 시·군의회 모든 의원이 동두천 신천변에 모여 「신천 색도 개선 촉구 대정부 결의문」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앞서 12월 1일에 3개 시·군의회가 각자 동시에 냈던 결의문을 한자리에 모여 공동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경기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탄강 하류 색도는 19도로 친수용수 수질기준을 크게 웃돕니다. 특히 양주에서 발원해 동두천을 지나 연천 한탄강까지 이어지는 국가하천 신천의 색도는 무려 38도에서 55도까지 달합니다. 신천 오염이 경기 북부의 젖줄인 한탄강의 수질까지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물은 생명이자 경제입니다. 지역주민 삶의 질을 좌우하고, 쾌적한 주거환경과 문화·관광 산업 기반으로서 지역경제의 핵심적인 기반입니다. 헌법상 환경보전 의무는 일차적으로 국가의 몫입니다. 그리고 신천은 ‘국가하천’입니다.

신천 색도 악화는 신천이 흐르고 있는 3개 지자체의 잘못이 전혀 아닙니다. 서울시의 환경질 개선 정책에 따라 경기 북부로 밀려난 가죽·섬유업체들, 그리고 군사 규제 및 수도권 규제 부작용의 산물인 경기 북부 난개발로 인한 다수 축산농가 난립이 신천 색도 악화의 주범입니다. 정부의 푸대접과 외면 속에서 방치된 경기 북부 지자체들로서는 신천 색도 개선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동두천을 비롯한 3개 시·군의회가 한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정부는 국가하천인 신천 관리주체로서 색도 개선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 확보에 즉각 나서야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3개 시·군의회 합동 결의문 발표에 동참해 주신 윤창철 양주시의회 의장님과 심상금 연천군의회 의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정말 추운 날씨였음에도 동두천에 함께 모여주신 3개 시·군의회 의원님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동두천/고명현 기자 hyungo@sudokwon.com 동두천/고명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