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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은 이제 과거의 추억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연말연시만큼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공공·민간 기업부터 친목회까지 불우 이웃을 돕는 활동으로 연탄 봉사를 선호한다. 생활이 어려운 가정에 직접 연탄을 전달하면서 얻는 보람도 있고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오늘날 연탄 한 장의 금전적인 가치는 약 800원 정도이다.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가 온전히 겨울을 지내려면 최소 1,00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는 통계가 있다. 어림잡아 80만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물론 정부의 에너지바우처 사업이 있지만 전액 지원이 불가하여 본인부담금이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필자는 2012년 동두천시 사회복지담당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중앙동주민센터에 발령받았다. 한동안 연탄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부터 연탄 지원을 문의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아 연탄보일러 가구 현황을 파악하였다. 예상보다 많은 가정이 여전히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것에 놀라웠고 비로소 민원인의 마음을 이해하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여러 부서를 경험한 뒤 다시 중앙동으로 돌아왔다. 로봇과 전기자동차,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했지만 중앙동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로 돌아간 듯하였고, 연탄은 여전히 이른바 ‘현역’으로 취약계층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였다.
멈추지 않는 시간 덕분에 어느덧 경력직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되었고, 다양한 경험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업무에 큰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중앙동에서 맞이한 네 번째 겨울, 연탄이 없다며 지원을 요청한 주민의 어려움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 졌다.
이날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 대한 우리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생각하고 탐구하였는데 「사회보장기본법」 제5조에서 답을 찾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증진하는 책임을 가진다’ 추상적이지만 위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지속적이며 충분한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연탄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라면 번개탄은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라는 결론을 맺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을 위해 사회보장 정책과 제도를 마련한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바우처와 연탄이다. 반면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은 일선에서 연탄 지원 가구를 조사하고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탄 없는 번개탄과 번개탄 없는 연탄은 무용지물이다. 서로 다른 둘이 하나로 뭉쳐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즉,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며 협력과 희생이 필수적이어야 한다. 초등학생도 알고 허탈하기 짝이 없는 답이지만 그동안 당연한 것을 오랜 시간 잊고 살았다.
2023년 작년보다 눈도 자주 내리고 동장군의 기세가 매섭다. 부디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모두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바라고 따뜻한 바람과 햇살을 품은 봄이 곧 올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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