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안수형

신선한 봄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녹색 내음 가득한 공원으로 발걸음을 안내했다.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평온을 찾으며 요즘 사회현상에 대해 촌평을 해 본다. 자평 타평으로 위대하다는 위정자들도 자기 안위와 이익을 위해서는 비굴해지면서 용기도 없고 또한 과감한 희생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바라는 것은 올바른 방향만큼은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숭고하게 살던 사람들은 죽어서도 말과 글과 행동으로 흔적이 남아 인간다움을 모락모락 끊임없이 피워낸다. 남긴 말과 글은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고 누군가는 행동으로 이어져 밝은 빛으로 태어난다. 어떤 사람에게는 더 큰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도 되지만, 용기와 열정을 불러일으켜 많은 열매를 맺고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렇듯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숭고한 가치를 몸소 실천한 이들은 죽어서도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인간은 본래 나약한 존재다. 그런 줄도 모르고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돈과 권력과 명예에 끌려간다면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가 지나간 발자취마다 전 세계인들에게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키며 깨달음을 주고 있다. 그 어떤 지도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도 보여주지 못한 사랑과 평화, 위로와 평안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위정자들은 순간의 이익에 현혹되어 본연의 위치를 잃고 과거와 미래에 허덕이며 살고 있느라 현실에 만족감도 얻지 못한다. 그것은 포용이라는 사랑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소통과 화합으로 서로 융화되어 함께 나간다면 그 만족감은 배가 될 것이다.

정의를 내세우지만 이에 앞서 윤리와 도덕을 생각해야 한다. 정의의 본질적 문제는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용서와 사랑 없이는 다가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사랑에 무디고 낯선 단어로만 생각해 왔다. 이제부터라도 사랑이라는 단어와 친숙해 보면 어떨까.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이 위험수위를 넘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갈등은 필수적일 때가 있다. 갈등이 없으면 사회는 후퇴하거나 획일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 정도가 관리능력의 한계를 넘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제는 국민통합과 사회적 연대를 통해 재도약의 길을 열어야 한다.

정치권의 해 묶은 이념 논쟁이 극에 달해 국민 갈라치기를 선동하고 있다. 자당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것은 국민통합의 가장 큰 저해 요인이다.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의 좋은 점은 합의를 끌어내고 화합하는 동행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리더의 자리는 도덕적 책임과 정치적인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 정치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의 잘못으로 타인에게 누를 끼쳤다면 본인 스스로 무대 위에서 내려와야 한다. 낡은 진영 논리를 거두어 내고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바라보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국민에게 위안을 주고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 인정받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국가 현실에 자신 있게 책임지고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세속적인 삶이 추구하는 부나 권력에 지배받으며 살아간다면 평화롭던 일상이 순식간에 사나운 폭풍우를 몰고 올 수도 있다. 사회지도층이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깊이 공감한다면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지 않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도덕성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공감 능력도 끌어 올려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사랑의 위력을 보여준다면 우리 앞엔 새로윤 디딤돌이 놓여질 것이다. 소통과 화합의 징검다리가 되는 사랑이라는 말이 아직도 낯설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