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든 싫든 일상 속에서 정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투표에 참여하는 것부터 정당 활동을 하는 것, 또는 국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 각종 법률을 만들고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일까지 모두가 정치활동이다.

그래서 국민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 4.10 총선이 점입가경이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후보자들의 서사가 특별하다. 모든 경기에는 규칙이 존재한다. 규칙이 없으면 게임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편싸움으로 난장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지켜지지 않는 게 선거다. 특히 정치인들은 결과를 중시한다. 시작과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온갖 수단과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승리를 해야 한다. 근소한 차이도 허용하기 싫다.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비방전을 금지하는 규칙도 국회의원이 만들었다. 그들이 만든 규칙을 그들이 깔아뭉갠다. 죽기 살기로 헐뜯고 흠집을 잡아내야 이길 수 있다는 안일(安逸)한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현혹되기 쉬운 달콤한 레토릭을 마구 남발한다. 너 나 할 거 없이 공정과 상식 정의를 부르짖지만, 본 게임에 들어서는 반칙과 불공정이 난무하다.

지금 국가와 국민이 필요한 것들이 한두 가지인가? 국내적으로는 ‘환경오염 예방’과 ‘기후변화대응’, ‘저 출산’과 ‘초 고령사회’, ‘치안’, ‘반값 등록금’, ‘물가안정’, ‘경제성장’ 등 국외적으로는 외교, 국방, 통일 등의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해야 할 사항들이 얼마나 많은가? 힘겹고 허기진 서민 안정 정책에 매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당파싸움으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지난 1.22일 밤 11시경 서천 특화시장에 화재가 발생하여 점포 227개가 불에 모두 탔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였고, 상인 200여 명은 23일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2층 먹거리동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대통령은 1층에 모인 상인 대표와 일부 주민 몇 명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한비대위원장과는 함께 열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밤을 새우고 오전 7시부터 모인 상인들은 대통령이 온다는 소식에 가슴 설레며,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만남이 불발되자 서운함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치가 부재(不在)했다는 소릴 들을 만 했다. 그러나 필자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 불감증’이다.

전국 재래시장은 수십 년을 훌쩍 넘긴 노후화된 시설들이 많다. 이번 화재사건을 교훈삼아 전국 재래시장을 전수 조사하여 관리카드를 만들어 집중 관리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제2, 제3의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망우보뢰(亡牛補牢)’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미리 대비하지 않고 사고가 난 후 일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는 뜻이다.

사고는 예고 없이 발생한다. 미리 점검하여 부실하고 위험한 시설물에 대하여는 보강 공사를 해야 한다. 모든 킬러 문항의 정답은 현장에 답이 있다. 설마 ‘괜찮겠지’라는 안일(安逸)한 생각은 이제부터는 접어야겠다. 설마가 곧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안전 불감증!’ 사고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