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보] 장마와 무더운 날씨가 교차하는 요즘,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존재하지만 봄과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여름과 겨울은 오랫동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하다.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9개월이 지났다. 아침저녁으로 틈틈이 전철 교각 하부와 신천을 걸으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고, 이와 더불어 잘 꾸며진 공원과 자연환경을 경험하며 좋은 기분과 여유를 얻고 있다.

특히 동두천시 지행동과 송내동 일대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을 때마다 자연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좌우로 높게 뻗어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황톳길은 햇볕의 기세가 등등한 여름철에도 쉴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해준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자주 찾고 끝에서 끝을 몇 차례 왕복하여 걸으면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함께 힐링 되고 있음을 느낀다. 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이의 시민들과 반려견까지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메타세쿼이아 길을 누비며 똑같은 감정을 경험하는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던 어느 날 신발 속에 작은 모래가 들어왔음을 직감하였다. 신경 쓰지 않고 걸으려 하였지만 모래의 존재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다가와 마침내 발걸음을 멈추고 신발을 털었다. 그러자 신발 속에서 작은 모래알이 빠져나왔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모래알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다. 운동화 끈을 다시 묶으며 신발 속에 들어온 작은 모래의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였고, 불현듯 복지사각지대가 떠올랐다. 복지사각지대는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받는 수급자에 반해 다양한 혜택에서 제외되는 차상위계층 등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복지사각지대라는 용어는 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엄마와 자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그 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끔찍한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갑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19의 여파로 복지사각지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아직도 상당수 존재한다. 제도권 밖 틈새계층을 찾는 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지만 개인정보보호의 문제와 아파트 중심의 주거 환경 변화로 인한 이웃에 대한 무관심, 복지 정보에 취약한 노령인구의 증가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신발 속으로 들어온 모래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복지사각지대를 알게 되는 누구나 동두천시청이나 동 행정복지센터에 제보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다. 공공 복지제도의 지원 기준에 벗어나더라도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비롯한 민간 복지자원과 통합사례관리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복지사각지대 계층은 현재의 일시적인 어려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한시적인 지원만으로도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 발굴만 된다면 자립과 자활이 지원 가능한 시스템도 충분히 구축되어 있다.

필자가 과거에 사역했던 사회복지시설에 ‘관심은 나눔의 시작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늘 게시되어 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으로 위와 비슷한 문구를 동두천 시민들에게 전하며 앞으로 복지 위기가구가 계속 발굴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관심은 복지사각지대 발굴의 시작이며, 제보는 복지사각지대 해소의 마침표입니다.’